제 740 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1년, 세계는 지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1년, 세계는 지금 가자 전쟁 발발 1년을 하루 앞둔 5일 서울 보신각 앞 광장에 시민 2천여명(주최 쪽 추산)이 모여 전쟁 반대 구호를 외치며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국내 215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이 이날 오후 2시부터 주최한 ‘가자 학살 1년 10·6 국제 행동의 날’ 집회를 열었다.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모인 이들은 “이스라엘은 가자 학살 당장 멈춰라”,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흔들었다. 다음 날인 6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 주변에서도 재한 팔레스타인인과 시민단체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가자학살 1년 10.6 국제 공동행동의 날' 집회를 열고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2024년 6월 23일 종각역 인근에서 열린 이스라엘 규탄 집회 (사진: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PYH20240623063000013?input=1196m) 1년째 계속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1년을 맞으면서 가자지구 사망자 수가 4만1825명(지난 5일 가자지구 보건부 집계)에 달하는 등 인명피해가 커지자,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전쟁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시위가 일어났다. 이들은 특히 이스라엘의 학살 중단과,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무기 공급 중단을 요구했다. 이 시위의 주축이 되는 사건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일부인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가자 지구의 무력 침공 혹은 알아크사 홍수 작전이다. 이스라엘은 반격으로 대응하며 2023년 10월 8일 하마스에 공식적으로 전쟁을 선포했다. 더불어 10월 6일은 아랍 측에서 이스라엘을 불시에 공격한 또 다른 날인 1973년 10월 전쟁(4차 중동전쟁) 개전일 50주년 이었다. 이 전쟁은 6년 앞서 벌어진 1967년 6월 전쟁(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점령한 영토를 수복하기 위해 일어났다. 1967년부터 팔레스타인 난민들과 그 후손들은 가자지구,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등으로 흩어지게 되었다. 2005년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서 군대와 정착촌은 철수했으나, 2006년 가자지구 총선에서 하마스가 승리하자 이스라엘은 안보를 이유로 가자지구의 국경을 봉쇄하면서 가자지구는 ‘지붕 없는 감옥’이 되었다. ▲처참하게 부서진 가자지구 난민촌 (사진: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41023055300009?input=1195m)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해 가자지구는 경제시설과 인프라가 황폐해졌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가자지구 전쟁의 경제적 피해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자지구가 전쟁 이전의 경제수준으로 돌아가려면 350년이 걸린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스라엘 측은 공격 대상 건물에 있는 주민들에게 대피를 촉구하는 전화를 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앰네스티 등 국제 인권단체는 이런 '경고'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화해야 할 인도적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레바논 보건부는 전체 인구의 5분의 1인 100만명 이상이 피난을 떠난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현재까지 87% 이상 학교가 공습에 부서져 기능을 잃었다고 파악됐다. 10월 7일, 유엔 인도적업무조정실(OCHA)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교전이 시작된 지난해 10월 이후 최근까지 가자지구 내 전체 학교 건물 564개 중 493개(87%) 이상이 파손됐다. 이에 대해 유엔은 학교 기능의 상실은 아동의 학습권을 빼앗는 반인도적 문제일 뿐 아니라 이 지역의 미래마저 암울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지구촌 곳곳에서의 시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커지자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집회와 시위가 일어났다. 집회 및 시위의 주된 내용은 이스라엘의 학살 중단과 이스라엘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무기 공급 지원 중단 요구다. 국내에서는 10월 5일, 서울 보신각 광장에서 215개의 시민단체가 모인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이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집단학살 즉각 중단하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군사점령 중단하라", "Stop Arming Israel(이스라엘 무장지원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6일에는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일대에서 집회가 열렸다. 재한 팔레스타인인과 팔레스타인 연대 시민단체가 '가자학살 1년 10.6 국제 공동행동의 날' 집회를 통해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10월6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가자지구 학살 1년, 10.6 국제 행동의 날' 집회 (사진: 연합뉴스 https://n.news.naver.com/article/002/0002353409 ) 10월 5일 영국 런던에서는 약 4만 명의 시위대가 중심부를 행진하며 이스라엘 정부의 잔혹 행위를 규탄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시위대는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 레바논, 예멘, 이란에서 계속해서 잔혹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며 ‘영국 정부는 단순히 립서비스만 하고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도 6,000명의 시위대가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레바논에 자유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수천 명이 광장에 모여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에 대한 연대를 표명했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약 1,000명의 시위대가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대량학살 1년”이라고 외치며 이스라엘을 규탄했으며, 함부르크에서도 950여 명이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국기를 흔들며 ‘대량학살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10월 5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진행된 휴전 촉구 시위 (사진: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41006000600109?input=1195m )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에서도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미국에서는 대학 캠퍼스 내에서도 지속적인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해 왔지만,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과 최근 레바논 공습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자위권은 외국으로부터 불법적 침해를 당할 경우, 자국의 권리와 이익을 방위하기 위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국제법상 인정되는 권리이다. ▲10월 7일 열린 미국 컬럼비아 대학 내 반전 시위 (사진: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826448&plink=SHARE&cooper=COPY ) 지구촌에서 사라진 평화 현재 세계 곳곳에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예멘 내전과 시리아 내전, 아프리카 수단 분쟁 등의 폭력과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 21세기의 전쟁은 과거처럼 단순 영토 확장의 목적이 아니다. 여러 정치적, 경제적, 역사적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이기 때문에 쉽게 잘잘못을 따지기 어렵다. 그러나 확실한 한 가지는 전쟁이 수많은 피해를 발생시킨다는 점이다. 전쟁의 참혹함을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위해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며, 갈등을 멈추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지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기울여야 할 노력이다. 평화는 노력 끝에 얻는 결과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은탁 기자, 변의정 수습기자
제 739 호 ‘나혼자산다’···. 1인 가구 천만 세대
‘나혼자산다’···. 1인 가구 천만 세대 통계청의 인구총조사 결과 올해 1인 가구가 1000만 가구를 돌파하여 전체 주민등록 가구의 4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1인 가구는 학업과 직장을 위해 독립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지금은 다양한 세대층에서 확산되고 있다. 1인 가구는 비교적 소득과 자산 수준이 낮으며 고립 위험도가 높아 사회적 우려가 높다. 증가하는 1인 가구의 현황과 사회적 문제점들을 살펴본다. 1인 가구 증가 현황 통계청이 2023년 발표한 ‘2023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 가구수는 750만 2천가구로 전체 가구(2177만 4천가구)의 34.5%를 차지했다. 2인 가구(28.8%)와 3인 가구(19.2%), 4인 이상 가구(17.6%)의 수치를 크게 뛰어넘는다.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2015년 27.2%에서 2019년 30.2%로 30%를 넘어섰으며 이후 매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1인 가구는 주로 청년 세대와 고령층이 많으며, 39살 이하와 60살 이상이 각각 전체 1인 가구의 36.5%, 35.3%를 차지했다. ▲1인 가구 현황 그래프. (사진: 통계청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20052.html) 1인 가구의 형태와 유형 1인 가구의 유형은 고령화, 미혼인구 증가, 개인주의 가치 확산 등의 이유로 다양한 연령층에 분포한다. 청년층의 경우 결혼을 통한 가족 형성이 줄어들고, 이혼율 역시 증가하며 1인 가구가 증가했다. 중장년층의 경우 배우자와 자녀를 외국에 보내고 기러기 아빠로 살면서 1인 가구가 되는 등, 삶의 형태가 다양해지며 1인 가구가 증가한 것이다.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고령화도 심화될 전망이다. 2022년 기준 1인가구 중 30대 이하 비중이 36.6%(270만7000가구)로 가장 높다. 그러나 30년 뒤에는 70대 이상 1인 가구가 42.2%(406만3000가구)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대 1인 가구의 비중은 2022년 기준 18.7%에서 2052년 6.9%로 줄어든다. 20대 1인 가구의 경우 적은 소득으로 월세를 감당하느라 생활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30~40대의 경우 월급은 늘었지만 지출도 그만큼 많아 결혼이 어렵다. 이에 따라 본업 외의 직업을 가지는 경우도 늘었다. 50대 1인 가구의 문제는 사회적 관계의 단절과 고립이다. 조기 퇴직 시 정서적·심리적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크고 특히 중년 이혼 남성의 경우, 삶의 만족도와 행복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 60대 이상 1인 가구의 경우 배우자와의 사별 요인이 많아 심리적 지원이 요구된다. 노인빈곤율이 높음에 따라 소득 격차가 가장 큰 세대여서 복지가 필요하다. 더불어 2022년 취약계층 중심의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가구 169만9천가구 가운데 1인 가구수는 123만5천가구로 전체의 72.6%를 차지했다. 이 비율은 2015년 60.3%에서 매년 상승세를 보이며 2021년 70.9%로 처음 70%를 넘어섰다. 필요한 대응은 이처럼 세대별·연령별로 1인 가구의 증가 원인은 개인·가정·사회 등의 요인에 따라 다양하다. 다양한 측면의 지원으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선 복지 측면에서는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다. 현재 고령층 1인 가구를 위한 방문 건강 관리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만, 각 연령층별 사회적 고립을 막기 위한 맞춤 소모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긴급 생활비 지원도 요구된다. 주거 측면에서는 소형 아파트, 원룸 등 맞춤형 주거 공급이 필요하다. 저소득층이나 청년, 고령층 1인 가구를 위한 공공임대주택도 확충해야 한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1인 가구의 소비 양상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위하여 산업을 격려해야 한다. 소포장 식품, 소형 가전제품, 1인 가구 맞춤형 금융 상품 등이 시장에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1인 가구 지원에 따른 사회적 복지 비용의 증가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정부는 최근 고립·은둔 청년을 심각한 문제로 지목하며, 2025년 보건복지부의 예산을 올해 대비 7.4%, 약 8조 6120억 원 가량 증액했다. 한편 지자체에서는 1인 가구 정책 아이디어 공모전을 시행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10월 6일까지 1인가구를 위한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 받는 ‘경기도 1인 가구 정책제안 공모전’을 개최했다. 경기도의 1인 가구는 171만 가구이며, 도 전체 가구 가운데 31.2%를 차지하고 있다. 경기도의 1인 가구 수는 2020년부터 매년 전국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경기도 1인 가구 정책제안 공모전 (사진: 경기도청 https://www.gg.go.kr)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4.5%를 차지하는 성남시는 성남시 1인 가구 힐링 스페이스를 운영하며 ‘병원 안심 동행’, 1인 가구에게 취미 공간을 제공하는 ‘힐링 키친’ 등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특별시 중구에서는 1인 가구가 밀집한 광희동 주민을 대상으로 ‘우리집 상자텃밭’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시민정원사의 특강, 모종 심기 등의 활동으로 운영되었으며 공모를 통한 자치특화사업이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종료 후에도 SNS를 통해 서로의 식물 성장 과정을 공유하며 소통할 예정이다. 텃밭 수확 작물 중 일부는 관내 경로당 어르신들께 전달하여 지역사회와 함께 나눌 예정이다. 이은탁 기자
제 739 호 응급실 뺑뺑이, 도로 위 사라지는 골든 타임
응급실 뺑뺑이, 도로 위 사라지는 골든 타임 9월 30일 기준 구독자 8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강대불(본명 강태원, 28세)은 지난 6일 ‘베트남에서 죽다 살았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업로드했다. 그는 병원 4곳에서 응급 병상이 부족하고 환자가 의식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진료를 거부했다고 한다. 다섯 번째 방문한 병원에서야 겨우 CT 촬영 등의 조치를 받았다. 병원들이 환자를 떠미는 사이 강 씨는 의식을 잃었고, 마지막 병원에 도착하기 전까지 2시간가량이 소요됐다고 한다. 함께 병원을 찾아 헤맨 유튜버는“혹시나 모를 뇌출혈이 있었다면 정말 위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 유튜버들의 이야기로 다시 한 번 관심을 모은 응급실 뺑뺑이 사건들. 이 밖에도 열과 경련 증상을 일으켜 병원 응급실을 찾던 2살 아기가 11곳에서 진료를 거부당해 의식 불명에 빠지거나, 급성 심혈관질환의 50대 남성 환자가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종합병원 등 시내 15개의 병원이 수용을 거부했고, 5시간이 지난 뒤에야 울산시로 이송돼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숨진 환자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끊이질 않고 있다. ▲ 응급실 적정시간 내 응급실 미도착률 통계 (사진: https://www.sedaily.com/NewsView/29OCMB0CNT) 의료파업 경과와 현재 올해 초 정부가 2025년부터 의대 정원을 매년 2,000명씩 확대해, 2035년까지 의사 수를 대폭 늘리겠다는 의과 대학 정원 대폭 확대 지침으로 촉발된 정부와 의사 단체 간 갈등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의료 인력 부족과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함이라는 정부 측과 의료 인력 분배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의사단체의 대립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2024년 2월, 의사들은 의대 정원 확대 철회를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해, 전공의와 의과대학 학생들까지 참여해 일부 병원에서는 외래 진료가 축소되거나 중단되었다. 응급 환자 처치와 중증 환자 진료는 계속되고 있지만, 수술이 연기되는 등 의료 서비스에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군 병원과 공공의료기관을 동원하고,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했지만, 의사단체와 정부 간 명확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파업은 현재까지도 장기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의-정 갈등 사이 의료 서비스의 혼란에 대한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국민들은 고통과 불안을 호소하며 길거리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의 의사 집단 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촉구 (사진: https://www.bbc.com/korean/articles/cjqex759wvko) 의료 인력 부족, 절대적인 수보다 핵심을 봐야만 의정갈등으로 소위 응급실뺑뺑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는데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응급실 뺑뺑이의 원인은 ‘전문의 부재’가 36.5%로 가장 높았다. 이송된 응급환자의 처치를 위해서는 응급실 의사뿐만 아니라 입원 치료를 이어갈 전문의가 필요한데, 희귀질환도 아닌 흔하게 발생할 수 있는 질환조차 대응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 큰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업에서 활동 중인 의료진들은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근무 환경이 열악해지고, 의료 서비스의 질은 자연스레 저하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져있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의 문제를 살펴보면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한국에 단위 인구당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므로 의사 인력 증원은 필요하다는 주장은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의사 수가 늘어난다고 반드시 의료 서비스의 질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우리나라 의료문제의 핵심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대 증원은 ‘필수진료’ 과목 의사들이 사라지고 있는 모순은 해결되지 않고 의사의 절대적인 수만 늘어나는 표면적인 해결책이다. 현재 의료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필수진료과 의사부족 문제는 중층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정부는 소아청소년과 등 수입이 다른 과보다 상대적으로 적어 소위 ‘비인기과’로 전락한 필수과목에 대한 ‘수련 수당’을 마련하고, ‘필수 의료’ 영역에 수가를 인상해 의사 인력 배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흉부외과, 외과 등은 이미 20여 년 전부터 수련 수당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전공의 확보에 실패했다. ‘인기과’는 수련 수당이 아니라 개원 시 가격 조정이 가능해 경제적으로 유리한 비급여 진료가 많을 때 결정된다. 소아청소년과 등의 기피 진료과에 건강보험 수가를 올려준다고 해도 비급여 진료 등 영리적 의료 영역이 올려놓은 수익 수준에 맞춰 공공 수가를 인상하는 정책은 지속 불가능하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도 산부인과 분만 수가를 늘려놨지만, 오히려 봉직의들이 개원가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발생해 한계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낮아지는 출산율 속, 의료 서비스의 수가 억제로 여전히 낮은 수익성과 높은 업무 강도, 의료사고 책임 압박은 의사 개인의 부담을 더욱 증가시킨다. 응급실 과밀화 및 규제 한편, 응급실 과밀화 및 개인과 병원에 과도한 책임을 부여하는 응급실 규제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응급실 수용곤란고지 관리 표준지침안'에 따르면 시설과 인력, 장비 등 응급의료자원 부족으로 응급환자 수용이 곤란한 경우라 하더라도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선정한 응급의료기관은 중증응급환자를 무조건 수용하도록 하고 있다. 의료계는 응급환자 이송 지연의 책임을 전적으로 의료기관의 환자 거부 탓으로 돌려, 행정편의주의적 규제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며 비판했다. 응급의료기관 수술 가능 여부 등은 이미 중앙응급의료센터 '통합응급의료정보 인트라넷'을 통한 실시간 조회가 가능한 만큼 이를 다시 확인하도록 한 것은 행정적 중복규제에 불과하며, 이같은 행정조치를 이행하느라 오히려 다른 응급환자의 치료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전국 응급의료취약지 (사진: 〈2022년 의료취약지 모니터링 연구〉, 김승현·신한수·허은정·임도희·김의정, 국립중앙의료원, 2022, p.106) 응급의료 전문가들은 그간 '응급실 뺑뺑이' 사건의 근본 원인이 한정된 응급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응급의료시스템에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응급의료는 '적절한 환자를,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주 핵심이지만 우리나라에 이러한 체계가 돌아가도록 하는 시스템은 전무하다는 것 역시 문제다.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석주 교수도 "우리나라는 환자들이 119구급차 이용 부담을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경증 환자들도 119구급차를 이용해 응급실을 이용하고 있다. 이 경증 환자 중에는 외래의 긴 줄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응급실을 이용하는 사례도 있다. 대형병원 입원 병상이 부족할 때 응급실 병상을 대체제로 이용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법률안에 따르면, 지역의 모든 의료 기관이 응급환자 수용 곤란 의사를 통보했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 이때 119구급상황 관리센터는 임의로 이송병원을 선정해 해당 환자를 이송할 수 있으며, 배정받은 의료기관은 천재지변이 없는 이상 아무리 시설, 인력, 장비 등 응급의료자원이 부족할지라도 이를 거부할 수 없다. 이렇게 해줄 것이 없는 상황에서 환자를 받은 병원은 어떻게든 환자를 살려야 한다. 게다가 해당 지침에는 무리하게 환자를 받은 의료기관에 대한 책임소재 면책에 대한 내용은 물론 최종 치료가 불가능해 재이송한 데 대한 책임마저 개인과 병원에게 묻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의료소송 등으로 불안에 떨고 있는 응급의학과 의사들로서는 해당 지침안이 시행될 경우 수억원 대 소송은 물론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까지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실질적으로 법원에서는 ‘최종 치료를 제공하지 못하면서 왜 환자를 받았냐’라는 내용의 판결을 내리고 있는데, 이처럼 개인, 병원에게 압박을 주는 규제들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의료 파업, 그 이후 현재 응급실에서는 여전히 긴 대기시간 속 높아지는 환자들의 불안과 의료진의 스트레스 및 과도한 업무 강도는 제자리걸음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민간 의료 기관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으며, 이는 의료 민영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에 많은 이들이 걱정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이하 건정심) 소위원회에서 제시한 ‘의사 집단행동 대비 비상 진료 건강보험 추가지원 방안’은 중증 수술의 수가 인상, 입원환자 진료 공백 방지를 위한 정책 수가 신설 등으로 매달 약 1,882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지난 2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필수 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강보험 재정 10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정부의 초점이 ‘의사 증원’보다는 ‘의료 수가 인상’에 맞춰져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문제는 건강보험 재정이 수가 인상과 10조 이상의 추가 투입을 버텨낼 수 있을 만큼 튼튼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주장대로 의료 수가를 인상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면 건강보험의 재정파탄이 불가피하다. 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건강보험 보장률 감소로 이어진다. 그리고 줄어든 건강보험의 자리는 민간 의료보험이 차지하게 된다. 의료 민영화는 현재의 의료 서비스의 질을 더욱 저하할 우려가 있으며, 경제적 여건에 따라 의료 접근성이 불균형해질 수 있기에 많은 이들이 반발하고 있는 안건이다. 민간 의료 기관들은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필수적인 응급 치료나 저소득층 환자에 대한 서비스 제공에 소극적일 수 있기에 민영화가 진행될수록, 의료 서비스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특히 이러한 피해는 취약계층에 크게 돌아가기에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정부가 무리하게 의대 정원 증가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커진 반발과 여파가 다시 국민에게로 돌아오고 있다. 이처럼 정책 시행에 있어 교육정책의 지침 및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경우, 큰 혼란이 야기될 수 밖에 없다. 의료 인력의 필요성과 배치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 둥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고, 철저한 시뮬레이션과 검토를 통해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다. 곽민진 기자
제 738 호 자연의 소중한 보물 습지
자연의 소중한 보물 습지 팔현습지는 대구 팔현마을 주변 금호강 내에 발달한 하천 습지로, 왜가리가 서식할 정도로 자연생태계가 우수하여 팔현습지 일대는 팔현마을 조수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그런 팔현습지 주변에서 지난해부터 시끄러운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이 '금호강 동변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을 실시하면서, 팔현습지 주변에 탐방로와 고수부지 정비, 제방 축제 진행을 위해 안심습지와 금강습지, 팔현습지 사이에 탐방로를 만들고, 조류 관찰대, 전망대 등을 조성하는 것이다. 대구지역의 환경단체들은 현재 팔현습지에서는 멸종위기종들이 서식하고 있는데 보존이 시급한 습지에 '단순히 탐방로 조성을 위해 멸종위기종의 서식처를 망가뜨리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환경단체가 강력하게 보존을 주장하는 습지는 무엇이며 습지의 가치는 무엇인가? ▲ 팔현습지 (사진:https://www.grandculture.net/daegu/toc/GC40000203) 습지란 습지(wetland)는 기본적으로 물기가 있는 축축한 땅으로, 물이 환경 및 그 환경과 연관된 동식물의 서식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지역을 말한다. 간단히 말해 물이 생물과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땅을 말한다. 국내 습지 보전법 제2조 1항에서는 ‘습지란 함은 자연적이든 인공적이든 관계없이 담수·기수 또는 염수가 영구적 또는 일시적으로 그 표면을 덮고 있는 지역으로서 내륙습지와 연안습지, 인공습지를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내륙습지는 ‘육지 또는 섬 안에 있는 호, 소, 늪 하천 또는 하구 등의 지역’, 연안습지는 ‘만조시에 수위선과 지면이 접하는 경계선으로부터 간조시에 바다 쪽으로 수심 6m까지의 지역’, 인공습지는 ‘인간의 활동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지거나 복원된 습지’를 의미한다. ▲ 습지의 정의 (사진:https://www.grandculture.net/daegu/toc/GC40000203) 람사르 협약에서는 ‘습지란 자연 또는 인공이든, 영구적 또는 일시적이든, 정수 또는 유수이든, 담수, 기수 혹은 염수이든, 간조시 수심 6m를 넘지 않는 곳을 포함하는 늪, 습원, 이탄지, 물이 있는 지역’이라고 정의 내리고 있다. 이와 다르게 습지 보전법 제2조 1항에서는 습지에 인접한 하천변과 섬, 그리고 습지 내 있는 저수위시 6m를 초과하는 해양도 함께 고려되고 있으며, 양어장, 농경지 연못, 관수 농경지, 저수지, 운하 등과 같은 곳도 습지로 분류하고 있다. 습지의 유형과 습지보호지역 현황 습지는 물의 원천, 우점식생, 규모, 위치,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 과정 및 특성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현재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분류체계는 국제협약인 람사르 협약에서 마련한 ‘습지 유형 분류체계’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람사르 협약에서의 ‘습지 유형 분류체계’와 이를 기초로 국내 실정에 맞게 환경부에서 수정한 ‘국가 습지 유형 분류체계’를 모두 활용하고 있다. ‘국가 습지 유형 분류체계’는 국내 습지를 연안습지와 내륙습지, 인공습지 등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소분류를 통해 총 35개의 습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습지는 습지 보전법의 지정 기준에 맞춰 보호지역을 지정하고, 자연생태 핵심지역으로 습지의 생태적 가치를 보전 관리하고 있다. ▲ 우리나라 습지 현황 지도 (사진:https://www.nie.re.kr/nie/main/contents.do?menuNo=200293) 습지의 가치 현재까지 알려진 습지의 역할은 홍수조절, 해안선의 안정화 및 폭풍 방지, 영양분과 먹이의 공급, 기후 조절, 수질정화, 생물종 다양성 유지, 생산, 여가 활동과 관광 기능이 있다. 첫째, 습지는 토사와 물을 저장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홍수가 발생하였을 때 하천의 물이 하류로 흘러가는 속도를 늦춰 홍수를 조절에 큰 역할을 한다. 둘째, 연안습지는 폭풍이나 다른 기상 이변으로 발생한 큰 파도로부터 육지를 보호하고, 해상으로부터 육지로 들어오는 각종 물질을 습지 내에서 최적시켜 해안선을 안정화하고 폭풍을 방지한다. 셋째, 습지는 물의 이동을 지연시키며 영양분과 각종 퇴적물을 함유하고, 습지생태계의 다양한 생물상을 유지시키는 먹이와 영양분의 공급처이다. 넷째, 습지는 거시적인 측면에서는 대기 중으로 탄소 유입을 차단하여 이산화탄소량을 조절하고, 미시적 측면에서는 특정 지역의 국지적인 기후를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다섯째, 습지의 식물 및 토양은 인, 질소 등의 과잉 영양소를 처리하므로써 수질을 정화한다. 여섯째, 담수습지는 생물종 다양성을 지닌고 있는데 전 세계 생물종의 40% 이상, 특히 포유류의 12% 이상이 서식하고 있으며, 일부 습지에서는 멸종위기에 처한 중요한 종들이 서식하고 있다. 일곱째, 습지는 인간이 필요로 하는 어패류와 같은 음식과 목재, 땔감 등 각종 생활 물품들을 제공하는 생산의 기능을 한다.여덟째, 습지는 생태관광지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으며, 환경교육을 위한 장소로서의 가치도 높다. ▲ 우포늪 홍수 전,중,후 모습(출처: https://gnse.gne.go.kr/upo/cm/cntnts/cntntsView.do?mi=3792&cntntsId=2327) 이렇듯 습지는 지구의 수많은 화학, 물리 및 유전인자의 원천, 저장소 및 변화의 산실로서 인류에게 매우 귀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습지는 자연현상 및 인간의 활동으로 발생된 유ㆍ무기질 물질을 변화시키고, 수문ㆍ수리ㆍ화학적 순환을 시키고,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수질을 정화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습지는 "자연의 콩팥"이란 용어로 묘사되기도 한다. 이외에도, 습지는 다양한 기능을 하며, 아름답고도 특이한 심미적 경관을 만들어낸다. 습지가 갖고 있는 높은 가치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경제 발전에 따른 경작지 및 도시 확장 등의 개발을 위해 습지 매립이 이루어졌다. 이로 인해 많은 습지 서식지가 훼손 또는 소멸되었다. 그러나 개발 및 이용의 대상으로부터 보존 및 복원의 대상으로 자연의 패러다임이 변해감에 따라 습지는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한 방안들 중 하나의 중요한 자원으로 대두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경제개발 논리에 의해 습지를 메우고 인간의 편리를 위해 훼손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대구의 팔현습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습지 훼손 사례가 대표적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습지는 경제적인 가치로 환산하기 어려울 만큼 큰 기능을 하고 있다. 개발의 논리에 밀려 훼손되면 복원하기 힘든 습지의 경제적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고 보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이다. 정소영, 김지연 기자
제 738 호 갑자기 꺼지는 땅, 싱크홀 불안감 고조
갑자기 꺼지는 땅, 싱크홀 불안감 고조 지난 8월 연희동 고가 차도 인근 도로에서 운행 중인 차량이 싱크홀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82세 남성 운전자는 중상, 조수석의 70대 여성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최근 몇 년간 발생한 잦은 싱크홀 사고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건은 이번 사고만 있었던 것이 아니기에 이전의 비슷한 사건들을 파헤쳐 보고 사고의 예방 방법도 알아보고자 한다. 싱크홀이란? 싱크홀은 지반이 내려앉아 지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는 현상이다. 이는 지하의 토양이나 암석이 침식되어 발생하는 지반의 갑작스러운 함몰 현상으로 최근 몇 년간 여러 사고가 발생하였다. 싱크홀은 도로 표면에 아스콘 노후화, 자재 불량, 과도한 차량 통행 등에 의해 포장면이 국부적으로 떨어져 나가 파손되는 현상인 ‘포트홀’ 현상보다 크기가 매우 큰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연희동 싱크홀 사건 당시 모습 (출처: https://n.news.naver.com/article/366/0001015823?sid=102) 싱크홀 사건 재조명 최근 연희동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건은 지형적 특성, 기상 영향, 지하 매설물, 주변 공사장 영향 등으로 도로 침하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해당 사건은 차가 정상적으로 도로를 지나다가 갑자기 땅이 차 모양대로 무너졌다는 사실이 시민들에게 더욱 불안감을 준 것으로 보인다. 처음 싱크홀 사건이 관심받기 시작한 것은 2014년 서울 잠실 석촌호수 인근 지하차도에서 지반침하 현상이 발생하면서부터였다. 싱크홀이 발생하자 원인을 조사하지 않고 싱크홀을 메워버려 이틀 후에 다시 싱크홀이 생기고 말았다. 당시 잠실에서는 8건의 싱크홀이 발견되었다. 해당 사건이 발생했을 시기에 롯데월드타워를 건설하고 있었기에 공사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 건물의 안전성 논란이 불거졌었다. 잠실 제2롯데월드 인근에서 발생하여 시민들은 이 건물에 대해 안전정밀진단을 해야 한다며 조사를 요구했고 이에 대해 롯데 측은 “롯데타워 건설 문제가 아니라 노후화된 하수관 파손에 의한 것이었다.”라며 반박하였다. 이 사건으로 인해 사람들이 싱크홀에 대해 알기 시작했고 롯데 측은 시민들 불안감 해소를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했다. ▲2014년 잠실 싱크홀 사건 당시 모습 (출처:https://n.news.naver.com/article/308/0000014364) 잠실 사건 이후부터는 전국에서 싱크홀 사건이 많이 조명되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근 도로에 싱크홀이 발생하여 차 한 대가 빠지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2020년 광주광역시 아파트 단지 인근 도로에서 싱크홀 발생 사건, 2022년 인천 부평구에서 싱크홀 발생으로 인근 도로와 상가 일부가 침하된 사건 등 작고 큰 싱크홀 사고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연희동 사건 이후에도 구로구, 송파구, 서대문구, 강남구 등 싱크홀 관련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싱크홀, 원인은 싱크홀(sinkhole)은 말 그대로 가라앉아 생긴 구멍을 말한다. 지반이 내려앉아 지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는 현상이다. 자연적인 싱크홀의 경우, 땅속에서 지하수가 빠져나가면서 생긴다. 지층이 어긋나며 길게 균열이 나 있는 ‘균열대’를 채우던 지하수가 사라지면, 땅속에 공간이 생기면서 땅이 주저앉게 된다. 땅이 막대한 압력을 버텨내지 못하고 가라앉게 되는 것이며, 사라지는 지하수의 양이 많을수록 싱크홀의 규모도 커진다. 상하수관의 부실 및 손상 역시 주된 원인이다. 오래되어 약해진 상하수관이 외부의 충격을 받아 손상되면 균열이 생기고, 그 사이로 물과 함께 흙이 쓸려나가면서 땅속에 구멍이 만들어진다. 그 구멍이 땅의 무게나 진동을 견디지 못하고 꺼지며 싱크홀이 만들어진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싱크홀 사고 총 957건 중 절반 이상이 상하수관의 손상 및 부실로 발생했다. 상하수관은 만들어진 지 약 20년이 지나면 노후화되었다고 판단하는데, 현재 이 노후화된 상하수관이 전국 상하수관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24년 9월 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최근 5년간 지반침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싱크홀 사고는 2019년 193건, 2020년 284건, 2021년 142건, 2022년 177건, 지난해 161건으로 해마다 평균 191건에 달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와 하수관 결함 탐지 등의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효과는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의 싱크홀 사고는 2021년 11건에서 2022년 20건, 지난해 22건 등 증가 추세이며, 올해 들어서도 크고 작은 싱크홀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이용되는 GPR(지표투과레이더)은 지반을 조사하기 위해 전자기파를 쏴서 땅 밑의 구조·시설물 등을 파악하는 장비이다. 다만 장비의 주파수에 따라 조사할 수 있는 땅의 깊이가 달라, 싱크홀을 미리 알아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싱크홀 사고의 예방을 위하여, 우선 노후 상하수관 교체가 시급하다. 다만 서울시 내의 상하수관 교체에만 약 3조 원의 예산이 들기 때문에 전국의 상하수관 교체가 언제쯤 완료될지는 미지수이다. 2014년부터 상하수도, 전기 등의 각종 지하시설물 정보를 모은 ‘지하 공간 통합 지도’가 구축되었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무용지물인 상태다. 지하의 시설물들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지하 공간 통합 지도를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분석 역시 중요하다. 국지성 호우가 잦아졌기 때문에 지역별 토양에 흡수된 수량을 추적 관찰해야 한다. 국민들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정부의 관심과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이윤진 기자, 이은탁 기자
제 737 호 “혹시 내 사진도?”... 딥페이크 공유방의 확산과 문제점
“혹시 내 사진도?”... 딥페이크 공유방의 확산과 문제점 최근 한 대학에서 딥페이크 성범죄물이 유포된 사건이 드러난 이후 비슷한 텔레그램 대화방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딥페이크는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로, 기존에 있던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 부위를 합성해 영상물로 편집할 수 있다. 딥페이크의 특성상, 성범죄물의 불특정 대상이 본인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불안감을 더 키우고 있다. 성범죄물 공유방이 된 텔레그램 대화방의 실태 대학가에서 딥페이크 성범죄물 공유방 사건이 밝혀지기 시작한 것은 일명 ‘서울대 N번방’ 사건부터이다. 최근 서울대 출신 남성들이 2021년부터 동문 여성들을 상대로 음란물을 만들어 텔레그램에 유포했다가 지난 5월 경찰에 구속되었다. 피의자들이 4년에 걸쳐 범행을 이어나가면서 텔레그램에서 개설한 방은 200여 개, 방마다 참여 인원은 50명에 달했다. 처음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서울대 학생들이 경찰에 고소했지만, 경찰은 수사를 중단하거나 불송치 종결하여 피의자들의 구속은 쉽지 않았다. 재수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됐다. 주범을 검거하는 데에는 ‘추적단 불꽃‘의 협조가 있었는데 ‘추적단 불꽃은 5년 전 ’N번방‘ 사건을 처음으로 공론화했던 곳이다. 이들은 텔레그램 방에 들어간 뒤 2년간 잠복 끝에 주범을 유인해 경찰이 검거할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 딥페이크 연출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https://m.gettyimagesbank.com/view/) 서울대 성범죄물 사건에 이어 대학 단위 단체 텔레그램 대화방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2020년부터 운영된 이 대화방의 참가자는 1200여 명에 이르고 피해자 상당수는 인천의 한 대학 소속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대학생 피해자의 얼굴을 나체 사진에 합성해 대화방에 공유했고 피해자들의 개인 정보까지 공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딥페이크 합성물 피해자는 일부 대학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대학별 ‘겹지방’이 존재한 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더 큰 파문이 일고 있다. ‘겹지방’은 SNS에서 겹치는 친구가 있는 사 람을 뜻하는 ‘겹친’에서 파생됐다. 이 대화방에서는 자신의 지인을 특정하고 겹치는 지인이 있는 사람을 찾는다. 아는 사람을 찾으면 그 지인의 사진을 활용해 딥페이크 합성물을 만들어 공유한다. 대학별 ‘겹지방’에는 약 3500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국내 대학별로 개별 대화방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딥페이크를 활용한 성범죄는 10대 사이에서도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최근 부산에서는 중학생들이 딥페이크 기술을 사용해 여학생과 여교사에 대한 불법 합성물을 만들어 SNS에 공유한 사건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외에도 서울 지역에서 청소년이 만든 딥페이크 관련된 성범죄가 10건 넘게 적발되고 있는 상황이다. 10대들의 딥페이크 사건 논란으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텔레그램 피해자 명단’, ‘딥페이크 가해자 학교’ 등의 피해자와 가해자 명단이 공개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각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본인 SNS에 업로드한 사진들을 삭제하라는 공문을 지속적으로 내고 있는 중이다. 성범죄에만 국한되지 않는 딥페이크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한 딥페이크 성범죄가 잇달아 벌어지는 가운데, 참여 인원만 22만여 명에 이르는 불법 합성물 제작 텔레그램 채널도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 합성물 텔레그램 채널은 X(구 트위터)에서 간단한 검색으로 접근이 가능한데다, 제작한 불법 합성물을 유료화하여 수익 구조까지 갖추고 쉽게 번지고 있어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딥페이크 범죄는 흔히 알려진 성범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Chat GPT의 등장 이후, 생성형 AI를 활용한 이미지와 영상 제작의 접근성이 높아지며 문제는 더욱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전 세계에서 총 76개의 선거가 예정돼 있어 관련 피해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목소리를 음성 AI로 만들어 유권자들에게 투표하지 말라는 전화를 하거나, 튀르키예에서 테러집단이 야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가짜 영상을 만들어 퍼뜨리는 등의 사건이 있었다. 이렇듯 딥페이크는 가짜 여론 형성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외에도 2019년, 영국에서 한 집단이 CEO의 목소리를 딥페이크로 만들어 재무 부서에 돈을 이체하도록 지시해 에너지 회사가 24만 달러를 사기당한 사건이 발생하는 등 금융 사기 범죄도 딥페이크를 이용하고 있다. 딥페이크 범죄, 처벌과 대응 딥페이크의 이미지 및 음성 합성 기술을 활용해 얼굴과 성적인 이미지를 합성하거나 신상 정보를 함께 유포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성범죄가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에 비해 처벌의 형량이 약한 편이다. 딥페이크 범죄의 처벌 형량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되어 있다. 제작 의뢰만 했거나 제작물 시청만 했다면 처벌받지 않는다. 설사 불법 합성물을 제작했다 하더라도 유포 목적이 입증되어야 처벌이 가능하며, 텔레그램 등에서 불법 합성 성범죄물을 내려받아 소지, 시청한 이들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19살 미만 아동·청소년이 아닐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이 따로 없다. 또한 법정까지 가더라도, 합성 수준이 낮거나 가해자의 연령이 낮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지만 해도 처벌 대상인 불법 촬영물과는 달리, 허위로 만들었다는 이유로 처벌이 느슨한 것이다. 10대 청소년의 경우, 촉법소년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처벌의 수위가 달라져 촉법소년 연령 하향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청소년 성범죄 문제에 대해 교육부는 “‘학교 현장 밀착형 특별 대책반’을 만들어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며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 방안에 대해 모색하고 있으니 불안감을 줄이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성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도 필요한 상황이다. 몇 년 전 공론화됐던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출범한 법무부 산하 위원회는 디지털 범죄 대응 체계 개선을 위한 60여 개의 법률 조항을 제안했지만, 위원회가 해산되며 별다른 소득 없이 법률 제정이 일단락되었다. 최근 딥페이크 범죄가 급격하게 늘어나며 지난 8월 27일, 정부는 딥페이크를 마약과 같은 중범죄로 인식하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딥페이크 범죄는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도덕적 의식의 각성 필요 딥페이크에 대한 도덕적 의식의 변화 또한 절실한 상황이다. 일부 이용자들은 딥페이크 기술의 위험 성과 사회적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재미나 호기심으로 이를 사용한다. 타 인의 인권과 감정을 존중하지 않고, 법적 및 도덕적 책임을 느끼지 않으며 자신의 행동이 미치는 영향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 그들의 문제다. 딥페이크 범죄에 대해 가볍게 여기는 태도를 고쳐야 한다. 딥페이크 기술의 잠재적 위험성과 윤리적 문제에 대한 교육과 법적 제재와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법적 시스템과 사 회적 지원이 강화되어야만 이러한 범죄 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윤진 기자, 이은탁 기자
제 737 호 기후 온난화, 폭염, 녹조
기후 온난화, 폭염, 녹조 유독 덥게 느껴지는 올여름, 밤낮을 가리지 않은 이 무더위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1994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긴 열대야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대기 중 다량의 수증기가 온실효과를 일으키면서, 낮의 열기가 밤에도 식지 않아 전국적으로 장기간 열대야(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현상)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폭염이란 폭염(暴炎)은 매우 심한 더위를 뜻하는 한자어로, 기상재해 중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동반한다. 폭염은 지난 2019년 재난안전법상 자연재난에 포함됐다. 직전 해인 2018년 '사상 최악의 폭염'을 겪었기 때문이다. 폭염이 발생할 때 기상청에서는 폭염 특보를 내린다. 폭염 특보 중 ‘폭염주의보’는 낮 최고기온이 최고 섭씨 33도 이상인 경우가 2일 정도 지속될 때, ‘폭염경보’는 낮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경우가 2일 이상 지속될 때 내려진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현재 폭염 일수인 22일은 평년 10.3일의 2배로, 역대 3번째로 길다. 열대야 일수는 19.2일로 이미 역대 최고 기록인 1994년의 16.8일을 경신한 상태다. ▲ 평균기온, 열대야일수, 평균 해수면 온도면에서 최고치를 기록한 올헤 여름 (사진: 세계일보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905516841?OutUrl=naver) 폭염의 원인으로는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이 지목됐다. 7월 하순부터 8월 하순까지 이 두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을 동시에 덮으면서 맑은 날이 지속됐고, 이로 인해 기온이 크게 올랐다는 분석이다. 또한, 해수면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증발하는 수증기의 양 역시 늘어났다. 대기 중의 수증기는 비구름을 만들어 폭우를 부르고, 낮 동안 뜨거워진 지면의 열이 밤에도 식지 못하게 막아 더위를 강화한다. 기록적인 폭염에 기상청은 올해 중에 첫 폭염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백서에는 그간 우리나라가 겪은 폭염에 대한 기록과 폭염이 발생하는 원인과 구조, 중장기 폭염 전망, 폭염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 등이 담길 예정이다.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물류노동자 폭염 투쟁 (사진: 뉴스1 https://www.news1.kr/photos/6847517) 폭염으로 인해 이번 여름 온열질환자는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발생했다. 8월 25일 기준, 폭염으로 3133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29명이 사망했다. 기상에 큰 영향을 받는 직업군이 문제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6년간 온열질환자의 51.7%는 건설 현장, 73.3%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에서는 ‘가급적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폭염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보기는 힘들다. 가축의 경우 106만 마리가 폐사했고, 양식 어류도 2500만 마리 정도 폐사해 재산 피해 역시 크다. 폭염으로 인한 녹조 발생 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식수에도 문제가 생겼다. 폭염으로 인한 녹조 현상으로 수도권 최대 식수원인 한강 팔당호에 6년 만에 ‘관심’ 단계 조류경보가 발령됐다. 조류경보는 채취한 물에서 녹조를 일으키는 남조류 세포 수가 두 차례 연속 1mL당 1천 세포 이상 1만 세포 미만이면 ‘관심’, 1만 세포 이상 100만 세포 미만이면 ‘경계’, 100만 세포 이상이면 ‘대발생’으로 단계별 발령을 한다. 팔당호의 남조류 세포 수는 8월 12일은 8천 세포 이상, 19일은 9천 세포 이상으로 2회 연속 관심 단계 발령 기준을 초과해 조류경보가 내려졌다. 녹조가 빠르게 확산한 이유는 예년보다 폭염이 심각하고 많은 장맛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장맛비로 남조류 먹이인 질소, 인 등 영양염류가 육상에서 대량 유입되었고 폭염으로 표층 수온이 30도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고수온을 좋아하는 유해 남조류가 다량으로 번식하면서 녹조가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팔당호 일대가 녹조로 초록빛을 띄고 있다 (사진: 중앙일보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380898?sid=102) 수도권 최대 식수원인 팔당호에 녹조가 관측되면서 전국에서 먹는 물 안전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먹는 물에는 이상이 없다”라고 했지만 녹조에 대한 불안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수돗물의 냄새도 문제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수돗물에 냄새가 난다‘는 민원도 폭주하고 있다. 녹조가 심각해지면 물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인체에는 무해하고 음용도 가능하지만 불쾌해 수돗물을 사용하기 꺼려지는 것이 문제이다. 낙동강과 금강은 한강보다 먼저 녹조가 관측되어 금강은 ‘경계’ 단계, 낙동강은 ‘관심’ 단계가 발령되어 있다. 환경운동연합과 낙동강 지역 환경 단체는 낙동강의 조류독소 문제에 대해 자체 조사를 했다고 밝히면서 “조류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피부 독성, 간 독성, 생식 독성을 지닌 발암 물질로 건강에 매우 안 좋은 에어로졸(다른 물질과 섞인 공기 혼합물)이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물환경 학회에 조사 검증을 맡긴 결과 조류독소가 나타나지 않았다”라며 “고도정수처리 시설을 통해 조류독소가 걸러지도록 하고 있기에 문제 없다”라고 말했다. 환경부 수칙에 따르면 ‘관심’ 단계와 ‘경계’ 단계에서는 독소 분석을 강화하기 때문에 환경부의 조사를 믿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조사 주체의 시각에 따라 결과가 달라져 일반적인 대중은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녹조 현상 해결과 기후 위기 극복 환경부는 “고도정수처리 시설을 도입한 정수장은 오존 투입량은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으며 하굿둑과 연계해 물 흐름을 발생시켜 녹조를 줄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오존 투입량 확대로는 냄새와 녹조를 완전히 없앨 수 없다. 녹조는 태풍이 지나가면서 정화가 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올여름에는 중부지방의 녹조를 해소할 만한 태풍이 없어 녹조 현상이 해소될 수 없었다. 녹조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댐 방류량을 늘리고 차단막을 설치하고 자율주행 녹조 제거 로봇까지 투입하였지만 ‘폭염’의 여파를 인간의 노력으로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녹조 현상을 막기 위해 ‘인공지능 정수장’, ‘AI 녹조제거선’ 등 ‘기후테크’라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빅데이터 기반 정수처리 시설로 녹조 대응 수위를 높여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 테크'의 실효성은 아직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앞으로 폭염 재난의 강도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더 심해질 전망이다. 게다가 UN은 최근 ‘지구 온난화 시대는 끝나고 지구 열대화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한 바 있다. 폭염과 이로 인한 녹조 현상은 기후 위기의 경보다. 기후 위기는 미래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며, 현세대와 맞닥뜨리고 있다. 기후 위기는 폭염 외에도 혹한, 미세먼지, 산불, 해수 온도와 해수면 상승 등 다양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후 위기를 멈출 수는 없지만, 늦출 수는 있다. 현세대에서부터 관심을 갖고 대책들을 마련해 나가며 기후 변화의 속도를 늦춰야 할 시점이다. 이은탁 기자, 이윤진 기자
제 737 호 상시적 감염병으로 변한 코로나19
상시적 감염병으로 변한 코로나19 재산하는 코로나19 코로나19에 확진되거나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병원이나 공공시설에서는 마스크 착용 안내문을 다시 부착하기 시작했다. 우리 대학교 생활관 입사 안내 문자도 코로나19와 관련하여 마스크 착용과 의약품 구비할 것을 명시해 두었다. 끝난 줄 알았던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19 입원 환자 발생 추이(사진: https://www.kdca.go.kr/board/board.es?mid=a20501000000&bid=0015&list_no=725962&act=view)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입원 환자는 올해 2월 이후 감소하다가 7~8월부터 다시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7월 4주 차에 474명이던 입원 환자는 꾸준히 증가해 8월 4주 차에는(8.18.~8.24.) 1,164명으로 집계되었다. 코로나19의 치명률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독감의 치명률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60대 이상 환자들의 치명률이 높아지고 있어서 고 연령층에 대한 집중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환자 증가에 따라 의료대응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권역응급의료센터 등으로 내원하는 환자를 지역응급의료기관 및 시설로 분산하고, 주말·야간 응급실 환자 집중을 분산하기 위해 공공병원 등을 통한 발열 클리닉을 운영할 예정이다. 또한 코로나19 환자가 자신이 속한 지역 내 병원에서 신속하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과거 코로나19 전담병원 경험이 있는 병원을 협력병원으로 지정하여 코로나19 환자 입원을 위한 협조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따라, 국립중앙의료원에 공동 대응 상황실을 설치하여 고도·중증 코로나19 환자의 입원·전원 등을 지원할 계획이며, 일반 중환자 진료를 위해 코로나19 협력병원에 전담 병상을 추가 지정하여 운영할 계획이다. 코로나 재유행의 원인과 대응 코로나19의 재유행 원인은 지난해 비해 낮은 41%대의 예방 접종률과 감염성이 높은 변이 KP.3의 등장, 휴가철 이동량 증가 등이 있다. 그러나 2023년도 6월부터 위기단계 하향으로 마스크 의무 착용과 같은 사회적 방역 수칙 권고 수칙으로 바뀐 상황에서, 폭염으로 인해 밀폐된 환경 속에서 많은 사람이 밀집한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위기 단계 하향으로 달라진 방역 조치(사진:https://sports.khan.co.kr/article/202408110532003?pt=nv) 2023년 6월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의 위기 단계를 ‘경계’에서 ‘관심’으로 하향하며 자율적 방역 실천으로 전환했다. 그래서 예전과 다르게 코로나19에 걸렸어도 자가 격리를 할 필요가 없고 큰 증상이 없으면 24시간 이내에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 마스크 착용도 ‘의무’에서 ‘권고’로 전환되었고 증상이 있어도 검사 비용은 본인 부담이 원칙이다. 검사 또한 ‘의무’에서 ‘권고’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예전과는 달라진 수칙 때문에 코로나19 확진자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격리가 의무가 아닌 만큼 학교 등교나 회사 출근에 대해 별도의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격리를 하지 않았을 때 주변에 확산될 우려와 확진될 경우 일상생활을 하는 것도 주변의 눈치가 보인다는 것이다. 코로나19…이제는 상시 감염병으로 코로나19는 이제 인플루엔자와 같은 상시 감염병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플루, 메르스 등이 유행하다가 지나간 감염병인 것처럼 코로나19도 감염병 중 하나로 취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파력은 좋지만 치명률이 낮기 때문에 이제는 코로나19에 대해 예전처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러므로 본인이 다니는 회사나 학교 등에서 별도의 지침이 없는 상황이라면 현재 질병청의 수칙을 따르면 된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에서도 기침이나 발열 등 주요 증상이 심각한 경우라면 증상발현 시 격리하고, 증상 호전 후 24시간 경과 시까지 격리를 권고하고 있다. 또, 다른 사람을 위해 마스크 착용을 하고 불필요한 만남은 자제하도록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 수칙 (사진: https://www.kdca.go.kr/board/board.es?mid=a20501000000&bid=0015&list_no=725962&act=view) 코로나19에 확진되었을 때 대처 방법은 예전과 달라졌지만 코로나19가 재유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전처럼 감염을 예방하는 자세는 여전히 필요하다. 사람이 밀집한 공간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하는 것이 좋으며 환기를 자주 시키고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60세 이상,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은 치명률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며 병원과 같은 특수한 곳에서는 무조건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가 재유행하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혼란을 겪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감염병의 재유행은 두렵지만 예전처럼 거리 두기를 하며 지내기는 싫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너무 오랫동안 지속되었기에 전세계적으로 그 시기에 대해 두려움이 있다. 이제는 코로나19 치료제도 나온 상황에서 지금처럼 재유행이 시작된다 하더라도 단절된 생활을 다시 시작하기에는 무리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모든 대처 방법이 ’권고‘ 사항으로 유지되어도 되는 것인지, 일종의 독감처럼 생각해도 되는 것인지는 고민을 바탕으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때이다. 김지연 기자, 이윤진 기자
제 737 호 2024 자살 공화국, 남겨진 사람들
2024 자살 공화국, 남겨진 사람들 자살 공화국, 대한민국.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났으나 대한민국은 여전히 OECD 회원국 자살률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3년 사망원인 통계(잠정치)에 따르면 2023년 자살 사망자는 13,770명으로 전년 대비 6.7% 증가했다. 보건복지부·국립정신건강센터의 2021년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중 평생 한 번이라도 자살을 생각한 사람의 비율은 10.7%. 2024년, 여전히 우리나라 성인 중 14.7%가 평생 한 번 이상 자살을 생각한다. ▲ 연령대별 자살률 (사진 : 통계청) 자살은 대한민국 모든 연령층의 주요한 사망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연령대별 사망원인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율은 ▲10대 42.3%, ▲20대 50.6%, ▲30대 37.9%로 이들 연령대에서 자살이 사망원인 비율 선두를 차지했다. ▲40대는 20.2%, ▲50대는 9.4%로 이들 역시 적지 않은 수치다. 자살은 심리상태, 처한 상황과 같은 개인적 요인에서부터 사회적 요인과 같은 외부 요인까지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을 한 결과라고 하이더는 말했다. 개인마다 다른 과정으로 이어진 자살 현상은 갑작스럽게, 무작위로 나타나는 자연재해가 아니다. 자살은 경제적 요인 이외에도 인구·사회적 요인, 환경적 요인, 개인적 요인 등이 상호영향을 주고받는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자살의 원인이 복합적인 상호 관계를 이루고 있기에 사회·환경·문화적 영향과 개인적인 대처 능력에 따라 자살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본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자살 예방 국가전략 프레임워크의 핵심 요소로 ‘위험 요인과 방어 요인’을 제안하며 자살의 요인이 개인적ㆍ사회문화적ㆍ환경적 차원에서 파악되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2021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개발한 ‘LIVE LIFE 지침’은 국가가 자살 예방 전략을 수립할 때 자살의 요인이 여러 영역과 관련되어 있다고 설명한 동시에, ‘다부문 협력(multi-sectoral collaboration)’이라는 개념에 대해 강조했다. 이는 자살 현상을 개인적인 문제로 바라보는 것에서 나아가 사회적 요인을 고려하고, 관련 대책을 수립할 필요성에 대해 시사하는 것이다. 한편, 높은 자살률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여전히 자살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2023 자살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자살 생각 유경험자 중 도움 요청 경험이 있는 경우는 41.1%이며, 전문가 상담 경험이 있는 경우는 7.9%로 2018년(4.8%)과 비교했을 때 3.1% 증가했지만, 전문가 상담 등의 도움을 구한 비율은 여전히 높지 않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장은 "젊은 층에선 정신과 치료에 대한 문턱이 많이 낮아진 데 비해 노인 인구에선 아직 문화적 편견이나 건강상의 문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정신과 진료의 문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전했다. 자살 시도 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지 않은 사람은 자살 사망률이 18.5%, 진료받은 사람의 사망률은 16%로 감소했으나, 이 문턱을 넘지 못한다면 의미 없는 메아리일 뿐이다. 자살에 대한 인식, 2차 가해 우려 불과 몇 년 전, 한국 사회에서 자살은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난 일탈 행위’였다. 2009년 한국종합사회조사에 따르면, 전체 1,599명의 응답자 중 68.9%가 “자살은 윤리적 죄악이다.”, 60.1%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생명 존중에 대한 국민 태도 조사에서도, 전체 1,025명의 응답자 중 82.9%가 “자살은 비정상적인 행동이다.”, 50.0%가 “가족이 자살하면 부끄러움을 느낄 것”이라고 답했다는 것에서 자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자살자 및 자살 시도자들은 비난과 수치심의 대상으로 인식되었고, 치료보다는 숨기기에 급급해져 버렸다. 특히, 이러한 인식은 자살에 대한 은폐와 2, 3차 가해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실제로 유족들에 의한 사망신고 시 자살로 기재되는 경우가 전체의 25~44%밖에 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는 자살에 대한 한국 사회의 오래된 시선과 침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한국의 자살률이 OECD 1위라는 사실과, 유명 인사들의 자살 사건들을 접하면서 자살의 심각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자살에 대해 말해서는 안 된다.”는 질문에 대한 동의 비율이 약 12%가량 감소했고, 전체 응답자 중 79.8%가 자살을 예방되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77.7%가 자살을 막기 위해 애써야 한다고 답한 것은 자살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앞선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9.7%가 “자살하는 사람은 가족들에게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라는 데에 동의했으며, 58.4%가 “자살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하고 있다. 또한,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도와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답한 사람들이 53.8%나 되었는데, 이러한 응답 결과는 자살에 대한 노골적인 편견은 사라졌어도 자살 행위자와 유족들을 향한 은밀한 편견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잠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자살 유족, 남겨진 이들 일반적으로 자신에게 중요하고 의미 있는 사람을 자살로 잃고 삶의 변화를 겪은 사람들을 자살 유족 혹은 자살 생존자라고 정의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자살로 잃은 배우자 및 혈연 가족, 친밀한 친구나 동료, 이웃, 지인만을 자살 유족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자살 사건 혹은 고인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자살한 사람에 대한 심리적인 책임감이나 심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사람 역시 자살 유족에 해당한다. 한국 인구학회에서 발표한 ‘사회적 관계 내 자살 경험과 가족의 자살 생각 및 자살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가까운 사람 중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응답자는 그렇지 않은 응답자보다 1개월간 자살 생각을 할 확률이 높았다. 또한, 가까운 사람 중 자살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도 자살을 생각하고 계획하는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까운 사람의 경우, 자살행위 당사자의 상황과 결정 맥락을 자세히 알 수 있기에 동일시 및 상실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자살 1건 발생 시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되는 유족의 수는 최소 5명에서 10명. 2021년 기준, 한 해 발생하는 자살 유족은 약 66,760명~133,520명으로 절대 적은 수가 아니다. 이러한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갑작스럽게 남겨진 이들을 위한 사후 대책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건강한 이별을 돕는 사후 관리 제도는 자살 유족들이 내일을 살아갈 수 있게 할 사후 예방책이기 떄문이다. 사후 관리 제도는 자살 유족 지원, 자살 사후 대응체계 구축, 자살 급증 지역 사후 대응 등으로 나뉜다. 현재 한국생명존중희망 재단에서는 자살 유족을 위한 여러 지원 사업이 제공되고 있다. 자살 유족 원스톱 서비스란 사건 발생 초기부터 개입해 자살 유족들이 소외되지 않고, 초기 대응부터 심리, 환경, 경제 등 여러 부문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해당 서비스는 과거 공급자 중심으로 이루어져 유족의 직접 방문 형태로 운영되었지만, 현재는 주로 경찰 조사 과정에서 신속히 인계되어 사업 설명 및 동의 여부를 확인한다. ▲ 자살 유족 원스톱 서비스 전달체계 (사진:https://www.kfsp.or.kr/web/contents/contentView/?pMENU_NO=456) 서비스는 심리 정서, 환경 경제, 국가 복지정책 연계로 나누어져 지원되는데 심리 정서 지원 영역에서는 애도 상담 및 프로그램, 자조 모임, 심리 부검 면담 등을 자살 유족의 연령 및 고인과의 관계에 따른 특성을 고려해 운영 중이다. 환경 경제 지원 영역은 거주지 내에서 사건이 발생한 경우, 자살 사망 현장을 수습하는 데 필요한 특수청소지원비, 사망 장소를 정리하고 심리적 안정을 위해 관할 지역 내 임시 주거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일시 주거비, 고인 사망 후 검안, 시신 이송 등 사후 행정 처리비, 고인의 자녀 학자금, 남겨진 이들의 건강한 애도와 심리적 안정을 위한 정신건강 치료비, 관련 법률 행정 처리 등 당장 눈앞에 일이 닥친 자살 유족들을 위한 실용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어 있다. ▲ 자살유족 동료지원 활동 (사진:https://www.newsro.kr/article243/275959/) 자살 유족 동료 지원 활동은 회복된 자살 유족인 동료 지원 활동가가 자신의 경험에 기반해 현재 어려움을 겪는 유족에게 도움을 주는 활동이다. 자살 유족 동료 지원 활동가는 동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살 유족들에게 회복 이상의 심리적 안정감, 정서, 인지, 행동적 역기능 예방 등 좋은 영향을 주는 가까운 이해자이자 함께 위기를 이겨내는 동료이다. 동료 지원 활동가는 활동 자체에서 이타심, 자부심을 가지고 자살 유족의 회복에 도움을 주는 동시에 그들로부터 긍정적인 영향을 받기도 한다. 조동연 동료 지원 활동가도 재단 공식 인터뷰 당시 ‘서로 돕고 있는 거지 제가 돕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유족분들과 함께 만나며 감정 해소의 기회가 되는 듯하다.’라고 밝혔다. 미흡한 사후 관리 사업, 사각지대 속 남겨진 사람들 자살 유족을 위한 다양한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후 관리, 지원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현재 9개 시도, 총 95개 지역에서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산하 수행센터는 총 109개로, 광역 9개, 거점 6개, 기초 94개를 운영 중이다. 원스톱 서비스는 관할 시도 내부에 주민등록을 두고, 실거주지가 관할지역임을 증빙해야만 혜택을 수혜, 적용받을 수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전국 사업은 현재 예산 등의 사정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동료 지원 및 돌봄 활동가 사업의 참여 인원수는 동료 지원 활동가 24명, 돌봄 활동가 25명으로 중복 제외 총 34명이 활동 중이다. 그러나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아 적은 수와 낮은 인지도로 아쉬움을 남긴다. 자살은 예방도 중요하지만 자살 유족에 대한 사후 관리 및 지원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자 한국자살예방협회의 기선완 회장은 OECD 평균 자살률의 두 배 이상인 나라라는 심각성에 비해 아직 정부의 정책은 다소 미흡하다고 평했다. 특히 제자리걸음인 병원 응급실 기반의 자살 시도 사후관리 사업과 자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우울증에 대한 치료 접근성이 부족함을 지적하며, 사후 제도의 체계적인 관리와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대학생 자살 문제 및 제도 인식 조사 결과 (사진: 곽민진 기자) 자살 문제는 과도한 경쟁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대학생들에게도 가까이 있는 문제다. 학보사에서는 최근 대학생들의 자살 문제 및 제도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총 110명 참여)를 진행했다. 설문자 중 48.2%가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매우 크게 인식하고 있고, 93.6%가 자살 문제에 대한 관련 정책 및 지원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또한, 자살 유가족 지원 및 사후 관리 정책들에 대해서 79.1%가 자세히 모르며, 86.4%가 자살 유족 정책 및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이어서응답자의 11.8%가 해당 정책의 대상, 지역에 비해 한정적인 운영이 아쉽다는 답변을, 62.7%가 제도에 대해 홍보, 인지가 부족하다는 답변을 내놓았다.이 외에도 정책 지원 방식 및 선발 기준 재고의 필요성, 자살 예방 교육 실효성에 대한 비판 등 다양한 목소리들을 들을 수 있었다. 현 조사는 경쟁 사회의 압박 속 2024년 젊은 층의 과반수가자살 문제의 심각성과 사후 정책 필요성에 대해서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자살 유족 관리 운영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자살 유가족 지원 및 사후 관리 정책에 대한 무지와 부족한 홍보, 한정적인 대상 운영은 정책의 접근성을 제한하기에 고려가 필요하다. 자살 문제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 자살 유족 및 행위자들이 처한 사회적 환경과 관계의 개선이라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잃은 자와 남은 자, 모두를 위한 내일 일반 국민들은 물론 그들의 지원과 예방, 관리에 앞장서야 할 정책 결정자들조차 자살하는 사람들이 정상인들과 다르며, 자살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집단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는 한국건강증진재단의 보고가 불과 2013년이다. 집단주의적 가치를 선호하는 한국 정서상 깊은 곳에 내재한 반감을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더 이상 상처받는 이들이 늘어나지 않도록, 모두의 열린 인식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 인식의 전환이 가장 시급한 동시에 이상적인 해결책이다. 현재 우리는 부족하지만, 자살 유족과 행위자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그들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발맞춰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모두가 함께 보내는 작은 목소리와 따뜻한 시선들이, 그들에게는 세상이 변하는 순간이자 내일로 나아갈 용기가 된다. 모두를 위한 변화의 내일이 오기를 기대한다. * 이 기사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주최하고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생명존중 기사공모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곽민진 기자
제 736 호 전기차 화재 사건이 불러일으킨 ‘전기차 포비아’
전기차 화재 사건이 불러일으킨 ‘전기차 포비아’ 지난 8월 1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전기차에서 화재가 일어나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차들이 전소되고 됨은 물론아파트의 각종 시설과 설비까지 불에 타버리는 큰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이 얼마 지나지 않은 17일에는 용인에서도 연달아 전기차 화재 사건이 일어나면서, 전기차를 기피하는 ‘전기차 포비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전기차 화재로 불에 탄 차량들 (사진: https://economist.co.kr/article/view/ecn202408180006) “전기차”란 무엇인가 전기차란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자동차를 뜻한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아 배기가스 배출이나 소음이 거의 없어 친환경적이며, 운행 비용이 저렴해 경제적인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또한 운전 조작이 간편하고 차량 수명이 길다. 최초의 전기차는 1881년 프랑스 발명가 구스타프 트루베가 발명한 삼륜 자동차다. 전기차는 1900년대까지 미국 자동차 중 32%를 차지할 만큼 대중화됐었다. 하지만, 전기차의 느린 충전 속도와 부족한 충전 기반 시설, 원유의 대량 발견으로 인해 이동 거리가 길고 이용 가격이 저렴한 휘발유 자동차가 전기차를 대체하게 됐다. 하지만 최근 환경 오염과 자원 부족 문제가 인류의 해결 과제로 떠 올랐고, 2017년 전기차 판매 회사인 '테슬라'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보급형 전기차 시대가 열렸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 또한 다양한 모델의 전기차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 글로벌 전기차 보급량 추이 (사진 출처: https://n.news.naver.com/article/353/0000040962)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점유율은 상승하는 추세다. 그중에서도 한국의 전기차 점유율은 전기차에 대한 인식 변화, 보조금 지원 등에 힘입어 매우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보급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전기차의 충전 시설과 현재 전기차 관련 안전 대책들은 미비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전기차 관련 사건•사고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배터리 결함이 일으킨 인천 전기차 화재 사건 인천 아파트지하 주차장의 화재는 주차되어 있던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에서 갑자기 화재가 발생하면서 아파트 배관과 회로까지 녹아 단수 및 단전을 가져왔다. 해당 전기차는 전기차 화재 사건의 주원인인 과충전을 하거나 장기간 주행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3일간 운행 없이 주차되어 있는 차량의 배터리에서 원인 모를 발화가 일어나 큰 화재로 번진 것이다. 아직 사건의 정밀 감식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전기차에 탑재되어있는 배터리의 결함을 발화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사고 예방책 사건 이후 정부는 지난 8월 13일, 전기차 특별 무상 점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의 자발적 정보 공개 권고 등의 대책을 발표하고, 9월에 전기차 화재 관련 종합 대책을 정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러한 정부의 예방책은 화재 발성 가능성에 매몰된 나머지 화재 규모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기차 화재 사건의 규모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는 완충 비율 제한과 전기차 충전기 이전이 있다. 전기차의 1회 완충 비율을 85%로 제한하면 사고의 위험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13% 정도 여유를 주고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으며, 서울시는 이를 수용하여, 9월까지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해 충전율이 90% 이하인 전기차만 지하 주차장에 출입할 수 있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또한, 전기차 충전기를 지상으로 이전하면 더 빠른 화재 진압이 가능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미국 코네티컷주 밀포드 시는 올초 전기차 충전소 지하 주차장 설치 금지 조례를 의결하였으며, 독일에서도 지사 주차장에 전기차 주차 금지 규정을 도입했다. 이러한 국제적인 흐름에 따라 화재 사건 이후 많은 지자체에서 지상으로 전기차 충전기를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화염은 우리 사회를 송두리째 삼킬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인천 전기차 화재 사건과 같은 안타까운 일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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