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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761 호 누구나 콘텐츠가 되는 시대, 퍼블리시티권 명문화되다

  • 작성일 2026-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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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56
이윤진

  과거 퍼블리시티권(인격표지 영리권)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 유명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타인이 자신의 이름이나 얼굴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때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를 보호하는 이 권리는 일반 대학생들에게는 다소 먼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인스타그램·유튜브 등을 통해 누구나 유명해질 수 있고, 그 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활용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에 따라 퍼블리시티권은 더 이상 스타들만의 권리가 아니라, 대학생 개인의 권익을 보호하는 필수적인 방어선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퍼블리시티권 명문화의 의미를 짚고, 대학 생활에서 마주할 수 있는 사례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퍼블리시티권과 초상권, 저작권의 차이

  퍼블리시티권이란 이름, 초상, 서명, 목소리 등의 개인의 인격적인 요소가 파생하는 일련의 재산적 가치를 권리자가 독점적으로 지배하고 허락 없이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저작권과 퍼블리시티권은 별개의 개념이다. 저작권이 노래·소설 등 창작물에 대한 권리라면, 퍼블리시티권은 얼굴·목소리 등 개인의 특성 자체가 지니는 가치를 보호하는 권리다. 또한 초상권과도 다르다. 초상권은 자신의 모습이 함부로 촬영되거나 공개되지 않을 권리인 반면, 퍼블리시티권은 이름·얼굴·음성 등이 가진 경제적 이익과 상업적 가치를 독점하는 재산권적 성격을 지닌다. 즉, 퍼블리시티권은 초상권과 유사하지만 영리적 활용 가능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으며, 이에 따라 기존의 정신적 손해 배상뿐 아니라 재산적 손해까지 인정되어 배상 규모가 커질 수 있다.


▲기존의 초상권과 퍼블리시티권의 차이 ( 사진:https://blog.naver.com/rxlegal/224211722276 )


엇갈리는 판결 속 대두된 ‘퍼블리시티권’의 필요성

  과거 우리 법정은 퍼블리시티권 인정 여부를 두고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개그맨 정준하의 유행어와 캐릭터에 대해 최초로 권리를 인정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이후 판결들은 일관되지 못했다. 배우 민효린과 가수 유이 사건에서는 1심이 권리를 인정해 손해배상을 명령했음에도, 2심에서 “명문 규정이 없다”며 판결을 뒤집는 일이 벌어졌다. 이처럼 퍼블리시티권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패소가 이어지는 등 법적 불확실성이 지속됐다.

  이와 함께 퍼블리시티권이 결코 연예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준 판례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피팅모델 사진 무단 도용 사건’이다. 피팅모델 아르바이트를 했던 대학생 A씨는 계약 당시 사진 사용 기간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 이후 A씨가 계약 종료를 통보했음에도 업체는 “기간을 정하지 않았으니 상품 판매가 계속되는 한 영구 사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사진을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용 기간을 정하지 않았더라도 이를 무제한 사용권으로 해석할 수 없으며, 모델이 사용 중지를 요청한 이후에도 사진을 게시하는 것은 초상권과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라고 판단하며 A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러한 판례들은 SNS 활동이 활발하고 다양한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대학생들이 더 이상 권리의 사각지대에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다만 판례마다 배상액이나 인정 범위가 달랐다는 한계가 있었고, 이에 따라 퍼블리시티권 명문화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게 되었다.

퍼블리시티권 명문화 의의

  정부는 2022년 말 민법 개정안을 통해 ‘인격표지영리권’을 명문화했다. "사람은 자신의 성명, 초상, 음성 등을 영리적으로 이용할 권리를 가진다"고 법에 명시함으로써, 이제는 판사의 개인적 견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시대가 끝나고 누구나 법률에 의거해 자신의 이름과 얼굴에 대한 권리를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

  이번 민법 개정안을 통한 퍼블리시티권(인격표지영리권)의 명문화는 권리의 보편적 적용을 실현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전환점이 된다. 과거에는 퍼블리시티권이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이제는 기본법인 민법에 이를 명시함으로써 모든 국민이 자신의 성명과 초상에 대한 경제적 권리를 보장받는 '보편적 권리'의 시대가 열렸다.

▲퍼블리시티권 명문화로 인해 달라지게 된 점(사진:https://youtu.be/Gzd-vK804-I?si=d1HMZK_qYcEci473)


  이러한 법적 근거의 명확화는 그동안 하급심 판례마다 결과가 엇갈리던 사각지대를 없애고, 권리자와 이용자 모두 무엇이 침해인지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법적 안정성을 제공한다. 특히 기존 초상권이 '얼굴이 함부로 쓰이지 않을 권리'인 인격권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그 얼굴과 목소리가 가진 '상업적 가치'를 재산권으로 공식 인정하게 되었다. 이는 AI와 가상 인간 기술이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창작자의 IP를 보호하는 핵심 무기가 된다.

  나아가 이번 명문화는 K-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이미 퍼블리시티권을 강력하게 보호하고 있는 미국 등 주요국들의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게 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는 국내 아티스트와 창작물의 IP를 해외에서도 더욱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관련 분쟁 시 국제적인 법적 정합성을 갖추는 든든한 토대가 된다.

퍼블리시티권 침해의 판단 기준과 법적 책임

  실무상 법원은 퍼블리시티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 해당 인물이 사회적 인지도가 있는지와 이미지 자체가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지 등 사용 대상의 특성을 먼저 살핀다. 이와 함께 단순 정보 제공인지 아니면 광고나 마케팅을 통한 수익 창출 목적인지와 같은 사용 목적의 상업성, 그리고 일회성 노출인지 반복적·지속적 사용인지에 따른 사용 방식과 범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특히 당사자의 사전 동의가 있었는지 혹은 동의 범위를 넘어섰는지가 핵심적인 판단 기준이 되며, 이러한 요건들이 충족될 경우 침해로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만 이번 개정안에는 '정당한 이익'이 있는 경우 권리자의 허락 없이도 영리적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예외 규정이 마련되었다. 법무부 설명에 따르면 스포츠 생중계 중 관중의 얼굴이 화면에 나오거나 언론 보도 과정에서 시민의 인터뷰가 사용되는 사례처럼 불가피하게 활용되는 경우는 정당한 범위 내의 사용으로 간주된다.

권리 침해, 필요한 대응은?

  이처럼 퍼블리시티권은 입법과 판례를 통해 점차 법적 보호 범위가 구체화되는 흐름 속에 있다. 이에 따라 대학생들도 자신의 이름과 얼굴, 목소리에 대한 권리를 보다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대학가에서는 여전히 타인의 초상을 비교적 가볍게 사용하는 관행이 남아 있다. 동아리 홍보 영상이나 과제, 개인 SNS 게시물 등에서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타인의 얼굴이 노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는 경우에 따라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광고나 홍보 등 상업적 요소가 결합된 콘텐츠의 경우 사전 동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단순한 구두 합의에 그치기보다 촬영 목적과 활용 범위, 게시 기간 등을 명확히 하는 절차가 요구된다. 다만 거리 촬영이나 다수의 인물이 포함된 경우처럼 사전 동의를 일일이 받기 어려운 상황도 존재한다. 이때에는 해당 이미지가 당사자에게 불이익이나 오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지 사전에 검토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자신의 초상이 무단으로 사용된 경우에도 이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게시자에게 삭제를 요청하거나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것이 기본적인 대응이며, 필요할 경우 법적 절차를 통해 권리를 주장할 수도 있다.

우리 모두의 권리가 된 퍼블리시티권


  SNS와 숏폼 콘텐츠가 일상이 된 오늘날, 누구나 타인의 얼굴과 이름을 손쉽게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 퍼블리시티권 역시 이러한 변화 속에서 법적 인정 범위를 넓혀가고 있으며, 더 이상 일부 유명인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퍼블리시티권이 제도적으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에 있는 지금, 개인의 인식 또한 이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태도와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는 인식이 함께 형성될 때, 디지털 환경 속에서의 건강한 콘텐츠 문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이윤진 기자, 김지연 수습기자